※스포주의
(드라마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기 매일 같이 병원을 찾아오는 한 아이의 엄마가 있습니다.
그것도 양손 무겁게 무언가를 들고 오는 엄마.
하루는 귤을 한박스 사들고 온 엄마는 아픈 자기 아이를
돌보고 치료해줬던 선생님과 얼굴을 마주치게 되고 선생님을
붙잡아 죽은 아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마침 걸려오는 전화 한통.
선생님은 전화를 받고 급한 일이 있다며 자리를 피했고
아이의 엄마 얼굴에는 그늘이 드리웠습니다.
어제 방송된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2' 보셨나요? 저는 어제 본방을 놓쳐서 곧바로 티빙(TVING)으로 실시간 다시보기로 시청했습니다.
살다보면 본방을 놓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는 티빙과 푹 등에서 실시간으로 다시보기가 올라오기 때문에 솔직히 편하더라고요.
'슬기로운 의사생활2' 시청 소감은 짤막하게 언급하자만 '대박', '감동', '눈물', '공감', '사람 사는 냄새'였습니다. (나열해보니 많네요... 당황;;;)
어제 방송에서는 시즌1에 던져놓은 떡밥이 다량으로 회수가 됐습니다. 안정원(유연석)과 장겨울(신현빈)의 러브라인과 채송화(진미도)에게 고백했던 이익준(조정석)의 관계가 어떻게 풀렸는지 그려졌죠.
시즌1과 마찬가지로 각 주인공들의 성격이 고스란히 잘 드러나서 좋았어요. 방송 분량도 꽤 길더라고요. 일주일에 한번만 방송되다보니 방송 시간도 1시간 30분, 90분 정도 되더라고요.
저는 그 1시간 30분 동안 지금도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병원에서 입원해 치료 받았다가 죽은 연우의 엄마가 매일 같이 병원에 찾아오는 바로 그 장면. 그리고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 울었어요.
장겨울이 안정원과 데이트를 하다가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연우 엄마가 매일 병원에 찾아오시는데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입니다. 계속해서 얼굴을 피할 수도 없는데 그렇다고 얼굴을 계속 마주하는 것도 부담스러웠던 장겨울은 연인인 안정원에게 도움을 청하죠.
이 이야기를 들은 안정원이가 말합니다. 연우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병원 선생님들 밖에 없어서, 연우를 기억하기 위해, 엄마가 매일 병원을 찾아오시는 거라고 말입니다.
연우 엄마는 연우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오시는거야.
다른 의도나 용건은 없어. 아이에 대해 기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잖아.
친척들도 한두번 정도 밖에 안 봤을 거고 어린이집도 안 다녔으니깐 선생님도 없고...
태어나자마자 병원에 쭈욱 있었으니까 병원 밖에서 아이를 기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엄마 입장에서는 아이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은데 대화할 사람이 없어.
오랫동안 아이를 보아왔던 담당 의사와 간호사 빼고.
고마워서 오시지만 연우 이야기하고 싶어서 오시는거야.
부담되고 겉도는 이야기만 하실 수 있는데 다음에 또 보면
겨울이가 먼저 말 걸어드리고 따뜻한 커피 한 잔 사들여.
영원히 오시는 분은 없어. 언젠가는 안 오실거야.
대부분은 잊어야 하니깐. 그때까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따뜻하게 대해 드려.
-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2', 안정원 대사 -
죽은 연우의 엄마가 병원에 매일 같이 출석도장 찍듯이 찾아왔던 건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었습니다. 그저 죽은 연우를 알고 기억해주는 사람이 병원 의사와 간호사 말고는 아무도 없었으니깐요.
그래서 엄마는 매일 같이 외래까지 잡아가면서 병원에 오는 것이었습니다.
아파서 병원 밖으로 나오지 못했던 아이, 연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 그게 바로 엄마의 마음이었고 엄마가 아이를 잃은 슬픔을 이겨내는, 견뎌내는 방법이었습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안정원이 장겨울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또 끝 장면에서 장겨울이 연우 엄마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모습에서도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아이를 떠나보낸 엄마의 마음은 오죽했을까요. 그럼에도 자신은 살아야하기에, 아이 잃은 슬픔을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기에 엄마는 그렇게 슬픔을 이겨나가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2'를 보면서 진짜 의사가 무엇인지, 저런 분들이 있기에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졌다고 한들 아직 살만한 것 아니겠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연우 엄마의 이야기는 그 어느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일입니다. 세상을 떠난 아이를 기억해주는 이가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엄마는 얼마나 가슴이 미어지고 미안했을까요.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알고 장겨울에게 조언해주는 안정원 모습이에서, 연우 엄마에게 손을 내밀어주는 장겨울 모습에서 잊혀져 갔던 사람에 대한 온기를 다시금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선생님, 여기 오면요, 사람들이 절 연우 엄마라고 불러요.
저는 그 말이 너무 좋아요.
이제 애가 없으니깐 아무도 제가 연우 엄마인지 몰라요.
그런데 여기 오면 다들 저를 연우 엄마라고 불러줘요.
남들은 아픈 일인데, 빨리 잊으라고 하는데요.
저는 우리 연우... 빨리 잊고 싶지 않아요.
세상에 잠깐 있었던 아이 잖아요.
저라도 우리 연우 오래 오래 기억하고 싶어요 선생님.
-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2', 연우 엄마 대사 -
사실 사는게 힘듭니다. 먹고 살기가 힘들어져서 각박해지고 더더욱 자기 밖에 모르는 것 같은데요. '슬기로운 의사생활2'를 보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나요. 1년 만에 다시 돌아온 '슬기로운 의사생활2'는 그렇게 저를 울렸는데요. 혹시 아직 드라마를 보시지 못한 분이 계시다면 꼭 시간 내서 보시길 강력 추천합니다. 세상은 아직 살만 하다는 것을 느끼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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